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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책 ‘창백한 지구를 위한 시’(2025, 마음의숲)에 수록된 시인 22명의 시와 산문의 인용으로 구성한 ‘문학적 몽타주’다. 김민기의 ‘그 사이’ 같은 음악을 틀어두고 읽기를 권한다. 인용구와 인용구 사이 가필했으며, 원저자 이름을 해당 부분의 마지막 괄호 안에 표시했다.
시인은 새와 나무에게도 영혼이 있다고 믿는다. 이들 존재의 생각과 말을 이해하고 인간의 언어로나 LTV완화 마 받아 적으려 애쓴다. 시인은 인간이 아닌 다른 모든 존재에 대해 생명과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보는, 거의 마지막 종족이다(나희덕). 그래서 시인은 노래한다.
이 작은 별에는/ 밤에만 우는 새 카카포가 있지/ 뿌리로 숨 쉬는 맹그로브 나무/ 땅속에서 꽃을 피우는 오스트레일리아 난초도 있지/ 해 질 녘 숲길 걷는 사람/ 나뭇잎 한 장 들고 새마을금고 연봉 먼 하늘 우러르는 사람/ 삐뚜름한 모자/ 그 모자가 부르는 해맑은 노랫소리가 있지(전동균).
시인은 이 작은 별에서 보낸 어린 날을 기억한다. 경주 황남대총의 움푹한 큰 흙 구멍 속에서 봄볕을 맞으며 깜빡 잠들었던 일을, 가을밤이면 큰 무덤의 곡선을 타고 휘영청 떠오르던 보름달빛을, 우거진 수풀 속에서 들려오던 짐승의 울음소리를, 자연이 회사원 사진 친구였고 어머니였던 그때(전동균).
그래서 시인은 빚이 많다. 특히 지구의 생명들에게. 어느 시인의 저작권에 대해 말하자면, 구름 5%, 먼지 3.5%, 나무 20%, 논 10%, 강 10%, 새 5%, 바람 8%, 나비 2.55% 등이다. 돌에게도 15%의 지분이 있고, 노을은 1.99%, 낮잠도 11%나 된다. 달은 2%다. 당나귀와 우리은행 전세자금대출 지렁이도 미미하지만 ‘미안하게 생각할 만큼’의 지분이 있다(손택수).
이 모든 것은 닥쳐올 기후변화로 송두리째 변화할 것이다. 하지만, 뭇 생명들에게 진 ‘빚’을 염두에 둔 건 일부에 불과하다. 이미 실존적 위험을 겪고 직면했음에도, 대다수 인간들은 미친 듯 쓰고 버리며 산다.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말한다. “사람들은 기후 지방자치단체통합원서접수 의 경고를 귀담아듣지 않는다. 왜냐하면 계속 지금처럼 살아가는 방법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권대웅)
사람들이 생명의 소리를 듣지 않는 사이, 변화는 가까운 곳을 훑고 간다. 해마다 열린 속초 오징어 축제엔 이제 오징어가 없다. 경북 청송, 영주 등지에서 사과가 익어갈 무렵 껍질이 가로로 터지는 ‘스마일 사과’ 현상이 나타난다. 일억년 이상 바다에서 진화해온 바다거북의 성별은 모래사장에 산란한 알의 부화 온도에 따라 결정된다. 온도가 더 오르면 세상 모든 거북이는 암컷만 존재하다 사라지게 된다(권대웅).
그런 지구에서, 인간이 앞으로 마주해야 하는 건 죽음의 들판(킬링 필드)이다. 마을 길바닥에 단물 빠진 껌이 신발창에 붙듯, 찰떡이 길바닥에 짓이겨져 말라붙은 듯/ 내 차에 치인 개구리 두꺼비 죽음들/ 주검들, 점자처럼 더듬거려야 읽을 수 있는(김남극).
점자처럼 희미하게 만연해진 지구 생명들의 죽음으로, 깨달음을 얻는 이도 있다. 시인이 찾은, 태평양의 관광지 사이판에선 도로에 쓰러진 나무를 방치한다. 한국의 서울이었다면 벌써 치웠을 나무들을 사이판은 “수거하지 않고 그대로 자연의 일부가 되게 둔다”. 어두운 밤길 앞으로 쓰러진 나무가 나타날 때 가이드는 조심히 핸들을 꺾을 뿐이다. 빠르게 치우지 않는다는 것. 무언가를 대신하기 위해 새로운 것을 가져다 두지 않고, 그대로 남겨둔다는 것. 일평생 한 장소에 뿌리내린 나무가 자신이 살던 곳에서 사라질 수 있게 둔다는 것. 그런 장소가 눈앞에 있다는 건 누군가에게 위안이 된다(정다연).
염지혜 작가의 영상작품 ‘물구나무종 선언’(The Manifesto of Handstanderus, 2021)의 한 대목. 영상은 울창한 숲속 나무들 사이에서 물구나무선 한 사람의 모습으로 시작해, 인체의 뼈를 여러 각도로 비추는 흑백의 엑스선 이미지로 바뀐다. 염지혜 작가 제공
인간이 다른 종을 대하는 태도는 이 거대한 기후변화의 흐름을 바꿀지도 모른다. 다른 종의 고통을 생생히 느끼는 ‘입체적 경험’을, 몸으로 기억한다면. 강아지를 안으며 그 심장이 얼마나 빠르게 뛰는지. 소의 황금빛 속눈썹이 얼마나 길고 가지런한지. 토끼는 흰 즙이 나오는 풀을 좋아하며, 해바라기 씨앗처럼 까만 똥을 눈다는 것…. 살아 있는 존재 그 생명의 감각을 복기하며, 자신의 육신에 대입해 생각한다면(신미나).
그리 보면 또 많은 것이 본디 인간의 것이 아니다. 계절은 원래 기상청의 첨단 장비가 아닌, 나무들이 알려주는 것이다. 서울 송월동 기상관측소엔 계절 관측의 표준이 되는 단풍나무와 왕벚나무가 있다. 기상청은 이 왕벚나무 가지 하나에 세 송이 이상의 벚꽃이 피면, 벚꽃 개화 시기를 발표한다. 가을엔 단풍이 20%가량 물들면 단풍의 시작으로 보고, 80% 이상 물들면 절정으로 삼는다. 최첨단 장비가 아닌, 나무로 계절의 기준을 세운다. 인간을 중심에 두고 표준 지표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방식이다(신미나).
그러니 인간이 숲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숲이 인간을 생각하게 하면 어떨까. 이 질문을 계속 밀고 가면, 숲이나 강, 바다에 사는 존재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까(나희덕). 시인은, 숲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새로운 인간 종을 오래 두고 생각한다. 땅을 향해 거꾸로 선 물구나무종.
물구나무종에게/ 물구나무종, 당신은/ 손으로 걸어다니는 새로운 인류/ 땅을 향해 머리를 두고/ 나무들 사이에서 오래오래 물구나무서 있는 사람/ 손바닥에서 뻗어나온 실뿌리들이/ 땅속으로 뻗어갈 때/ 당신의 발끝에선 연녹색 잎이 돋아날 것만 같아요(나희덕).
물구나무종은,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 어디쯤 불안하고 불편하게 자리잡고 있다. 물구나무종의 목소리는 땅을 파헤치고 뚫어대는 기계의 굉음에 묻혀 들리지 않는다. 인간이란 종의 한계를 넘어 다른 종이 되거나 다른 종을 향해 다가가는 노력은, 그러한 고통과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문명이 빚어낸 굉음과 냄새와 어둠과 비명을 조금이나마 줄여나가기 위해, 물구나무종은 계속 선언되어야 한다(나희덕).
정리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권대웅 시인. 출판사 제공
‘지렁이 울음’이 시작이었다
22명의 시인 중 한 사람인 권대웅 시인은 출판사 대표다. 그래서, 시인들이 자주 이 출판사로 모인다. 이문재, 나희덕, 정끝별 등. 문태준 시인은 제주도에서 날아온다. 20년 넘게 함께 시 공부를 해왔다. 이혜미, 이재훈 같은 젊은 시인들도 어울린다. 지난해 봄 어느 날 ‘결식아동 돕기’ 모임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형, 나 ‘지렁이의 울음’을 소재로 써볼까 싶어.” 그러자 누군가가 받았다. “기후위기가 심각한데 무슨 지렁이냐” “지렁이가 더 중요해, 지렁이도 기후랑 맞닿아 있어” “지렁이 울음소리는 서민과 약자의 울음이지” “나라가 이런데?” 등등.
대화는 ‘우리도 기후위기 위험을 알리는 책을 내야 한다’로 옮아갔다. ‘녹색평론’ 편집위원인 이문재 시인이 후배 시인들의 대화를 전해 듣고 반겼다. “당연히 시인이 앞장서야지.” 이 시인은 “시인들이 온몸으로 받아 적은 하늘의 분노, 땅의 한숨, 생명의 눈물”이란 문구를 만들어 불러줬고, 책의 뒤표지에 썼다. 책의 제목은 나희덕, 정끝별 시인이 제안한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에서 따왔다. 61억㎞ 떨어진 곳에서 찍은 지구의 모습. 다만 대부분의 시가 신작이라 22명 시인의 원고를 모으는 데 1년여가 걸렸다. 산문도 고민이 많았다. 시인다운 서정성을 담은 산문이 쉽지 않았다.
권 시인은 “22명이나 되는 시인들이 모여 책을 내는 사례는 잘 없고, 주제도 쉽지 않아 원고를 거절한 분도 적지 않았다. 그래도 시인들이 기후·환경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 건 처음”이라고 했다. 책 ‘창백한 지구를 위한 시’는 초판 2천부가 거의 다 나가 곧 재판에 들어간다. 권 시인은 “이런 얘기를 다룬 책이 재판을 찍는 사례가 별로 없는데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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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이 작은 별에서 보낸 어린 날을 기억한다. 경주 황남대총의 움푹한 큰 흙 구멍 속에서 봄볕을 맞으며 깜빡 잠들었던 일을, 가을밤이면 큰 무덤의 곡선을 타고 휘영청 떠오르던 보름달빛을, 우거진 수풀 속에서 들려오던 짐승의 울음소리를, 자연이 회사원 사진 친구였고 어머니였던 그때(전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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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생명의 소리를 듣지 않는 사이, 변화는 가까운 곳을 훑고 간다. 해마다 열린 속초 오징어 축제엔 이제 오징어가 없다. 경북 청송, 영주 등지에서 사과가 익어갈 무렵 껍질이 가로로 터지는 ‘스마일 사과’ 현상이 나타난다. 일억년 이상 바다에서 진화해온 바다거북의 성별은 모래사장에 산란한 알의 부화 온도에 따라 결정된다. 온도가 더 오르면 세상 모든 거북이는 암컷만 존재하다 사라지게 된다(권대웅).
그런 지구에서, 인간이 앞으로 마주해야 하는 건 죽음의 들판(킬링 필드)이다. 마을 길바닥에 단물 빠진 껌이 신발창에 붙듯, 찰떡이 길바닥에 짓이겨져 말라붙은 듯/ 내 차에 치인 개구리 두꺼비 죽음들/ 주검들, 점자처럼 더듬거려야 읽을 수 있는(김남극).
점자처럼 희미하게 만연해진 지구 생명들의 죽음으로, 깨달음을 얻는 이도 있다. 시인이 찾은, 태평양의 관광지 사이판에선 도로에 쓰러진 나무를 방치한다. 한국의 서울이었다면 벌써 치웠을 나무들을 사이판은 “수거하지 않고 그대로 자연의 일부가 되게 둔다”. 어두운 밤길 앞으로 쓰러진 나무가 나타날 때 가이드는 조심히 핸들을 꺾을 뿐이다. 빠르게 치우지 않는다는 것. 무언가를 대신하기 위해 새로운 것을 가져다 두지 않고, 그대로 남겨둔다는 것. 일평생 한 장소에 뿌리내린 나무가 자신이 살던 곳에서 사라질 수 있게 둔다는 것. 그런 장소가 눈앞에 있다는 건 누군가에게 위안이 된다(정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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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다른 종을 대하는 태도는 이 거대한 기후변화의 흐름을 바꿀지도 모른다. 다른 종의 고통을 생생히 느끼는 ‘입체적 경험’을, 몸으로 기억한다면. 강아지를 안으며 그 심장이 얼마나 빠르게 뛰는지. 소의 황금빛 속눈썹이 얼마나 길고 가지런한지. 토끼는 흰 즙이 나오는 풀을 좋아하며, 해바라기 씨앗처럼 까만 똥을 눈다는 것…. 살아 있는 존재 그 생명의 감각을 복기하며, 자신의 육신에 대입해 생각한다면(신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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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인간이 숲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숲이 인간을 생각하게 하면 어떨까. 이 질문을 계속 밀고 가면, 숲이나 강, 바다에 사는 존재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까(나희덕). 시인은, 숲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새로운 인간 종을 오래 두고 생각한다. 땅을 향해 거꾸로 선 물구나무종.
물구나무종에게/ 물구나무종, 당신은/ 손으로 걸어다니는 새로운 인류/ 땅을 향해 머리를 두고/ 나무들 사이에서 오래오래 물구나무서 있는 사람/ 손바닥에서 뻗어나온 실뿌리들이/ 땅속으로 뻗어갈 때/ 당신의 발끝에선 연녹색 잎이 돋아날 것만 같아요(나희덕).
물구나무종은,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 어디쯤 불안하고 불편하게 자리잡고 있다. 물구나무종의 목소리는 땅을 파헤치고 뚫어대는 기계의 굉음에 묻혀 들리지 않는다. 인간이란 종의 한계를 넘어 다른 종이 되거나 다른 종을 향해 다가가는 노력은, 그러한 고통과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문명이 빚어낸 굉음과 냄새와 어둠과 비명을 조금이나마 줄여나가기 위해, 물구나무종은 계속 선언되어야 한다(나희덕).
정리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권대웅 시인. 출판사 제공
‘지렁이 울음’이 시작이었다
22명의 시인 중 한 사람인 권대웅 시인은 출판사 대표다. 그래서, 시인들이 자주 이 출판사로 모인다. 이문재, 나희덕, 정끝별 등. 문태준 시인은 제주도에서 날아온다. 20년 넘게 함께 시 공부를 해왔다. 이혜미, 이재훈 같은 젊은 시인들도 어울린다. 지난해 봄 어느 날 ‘결식아동 돕기’ 모임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형, 나 ‘지렁이의 울음’을 소재로 써볼까 싶어.” 그러자 누군가가 받았다. “기후위기가 심각한데 무슨 지렁이냐” “지렁이가 더 중요해, 지렁이도 기후랑 맞닿아 있어” “지렁이 울음소리는 서민과 약자의 울음이지” “나라가 이런데?” 등등.
대화는 ‘우리도 기후위기 위험을 알리는 책을 내야 한다’로 옮아갔다. ‘녹색평론’ 편집위원인 이문재 시인이 후배 시인들의 대화를 전해 듣고 반겼다. “당연히 시인이 앞장서야지.” 이 시인은 “시인들이 온몸으로 받아 적은 하늘의 분노, 땅의 한숨, 생명의 눈물”이란 문구를 만들어 불러줬고, 책의 뒤표지에 썼다. 책의 제목은 나희덕, 정끝별 시인이 제안한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에서 따왔다. 61억㎞ 떨어진 곳에서 찍은 지구의 모습. 다만 대부분의 시가 신작이라 22명 시인의 원고를 모으는 데 1년여가 걸렸다. 산문도 고민이 많았다. 시인다운 서정성을 담은 산문이 쉽지 않았다.
권 시인은 “22명이나 되는 시인들이 모여 책을 내는 사례는 잘 없고, 주제도 쉽지 않아 원고를 거절한 분도 적지 않았다. 그래도 시인들이 기후·환경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 건 처음”이라고 했다. 책 ‘창백한 지구를 위한 시’는 초판 2천부가 거의 다 나가 곧 재판에 들어간다. 권 시인은 “이런 얘기를 다룬 책이 재판을 찍는 사례가 별로 없는데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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